2026 화천산천어축제, 겨울을 만나는 가장 가까운 자리

By 여행작가 용재
화천산천어축제

겨울은 멀리서 바라볼 때보다 가까이서 만질 때 더 선명해진다. 화천산천어축제는 그 선명함을 장소마다 다른 방식으로 꺼내 보여준다. 선등거리의 불빛에서 시작해, 얼음조각의 숨결을 지나, 화천천의 구멍 난 얼음 위에서 오늘의 겨울이 완성된다.

1월 10일 개막, 23일간 펼쳐지는 겨울의 기록, 화천산천어축제

얼음 위 구멍 하나가 작은 무대가 된다. 낚싯대 끝이 가늘게 떨리다가, 물속의 은빛이 순간적으로 떠오른다. 산천어 한 마리가 공기 위로 올라오는 그 짧은 찰나에, 겨울은 소리부터 낸다. 놀람이 스치고, 뒤늦게 손끝의 시림이 따라온다. 그래서 겨울 축제는 결국 ‘온도’가 아니라 ‘표정’으로 기억된다. 화천은 그 표정을 가장 먼저 불빛으로 데워두고, 가장 마지막엔 얼음 위의 한 구멍으로 겨울을 완성해 둔다.

화천산천어축제는 1월 10일부터 2월 1일까지, 23일 동안 열린다. 무대는 화천읍 화천천과 선등거리 일대다. 두꺼운 외투와 장갑, 얼음 위에 쪼그려 앉은 자세, 손에 든 산천어 한 마리. 겨울이 사람에게 허락하는 가장 단순한 기쁨이 저기 있다. 얼음낚시는 온라인 예약으로 참여할 수 있고, 예약 없이 현장 낚시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전용 낚시터와 쉼터도 마련된다. 말이 달라도, 손끝에서 전해지는 감각은 같다. 얼음 아래에서 올라오는 미세한 당김을 기다리다, 딱 한 번 ‘툭’ 하고 신호가 오면 표정이 먼저 바뀐다. 그 표정이 이 축제의 공식 언어다.

선등거리: 빛으로 예열하는 화천의 밤

선등거리는 산천어축제의 ‘예열’ 구간이다. 불빛이 먼저 켜지고, 사람의 걸음이 뒤늦게 따라온다. 하늘을 덮은 작은 빛들은 별처럼 촘촘하고, 그 아래를 걷는 얼굴이 밝아진다. 산천어 모양 등이 길 위로 흐르고, 간판과 네온은 서로의 그림자를 밀어내며 거리를 한 겹 더 환하게 만든다.

밤이 깊어질수록 빛은 더 또렷해진다. 렌즈 앞에서는 보케가 되고,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는 한 사람의 초상이 된다. 같은 불빛인데도, 누구는 그 안에서 ‘기록’을 만들고, 누구는 ‘기억’을 고른다. 선등거리는 그 둘을 나란히 세워두는 거리다.

주말 밤에는 야간 페스티벌이 열린다. 음악과 이벤트가 흐르고, 인파 사이로 풍선 막대가 오르내린다. 호흡이 섞이는 만큼 추위는 조금 물러난다. 축제의 하루를 가장 감각적으로 마감하고 싶다면, 선등거리를 ‘끝 장면’으로 남겨두는 편이 좋다. 불빛 아래에서 한 번 더 뛰어오르는 순간, 화천의 겨울은 ‘춥다’가 아니라 ‘밝다’로 정의된다.

실내얼음조각광장: 세계적 건축물을 만나는 얼음 궁전

화천에 도착해 첫 목적지를 고른다면, 실내얼음조각광장이 적당하다. 실내 온도는 영하 18도다. 그런데 바람이 없는 실내는 의외로 차가움을 ‘날카롭게’ 만들지 않는다. 문을 여는 순간 숨이 잠깐 멎고, 곧바로 얼음의 투명한 기운이 폐까지 들어온다. 하지만 차가움이 공기 속에 고르게 섞여 있어, 칼바람처럼 찌르지 않고 ‘머무는’ 방식으로 몸을 감싼다.

이 공간은 해마다 새 얼굴을 보여준다. 얼음으로 재현된 세계의 건축물들이 줄지어 서 있고, 빛이 얼음의 결을 따라 흐르며 작은 동굴 같은 시간을 만든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포즈를 만들고, 누군가는 그냥 얼음의 투명함을 오래 바라본다. 그렇게 실내에서 한 번 호흡을 고르고 나면, 밖의 겨울은 다시 시작해도 괜찮아진다.

산타우체국: 핀란드에서 온 답장, 동심을 전하는 편지

산타우체국은 산천어축제의 온도를 ‘동심’ 쪽으로 돌려놓는다. 산타 의상을 입어보는 체험이 가능하다. 빨간 망토를 한 번 걸쳐보는 일은 단순한 체험처럼 보이지만, 사람의 표정은 그 작은 소품 하나로 쉽게 환해진다. 산타우체국의 핵심은 결국 ‘편지’다. 산타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고, 편지를 보내면 성탄절 즈음 핀란드 산타우체국 소인이 찍힌 답장이 도착하는 시스템이 이어진다. 현장에서의 즐거움이 그날로 끝나지 않고, 한 번 더 ‘도착’한다는 점이 이 장소를 특별하게 만든다. 겨울 축제 한가운데서 잠깐 ‘마음의 실내’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얼음낚시: 은빛 산천어를 낚는 손맛의 즐거움

산천어축제의 중심은 결국 화천천 위에 놓인다. 얼음 위에 사람들이 촘촘히 앉아 있는 풍경은, 마치 강이 하루 동안 광장이 되는 장면 같다. 얼음낚시는 온라인 예약으로 참여할 수 있고, 예약 없이도 현장 낚시터를 이용할 수 있다. 낮에 산천어와의 조우가 엇갈렸다면 밤낚시로 흐름을 바꾸는 선택지도 있다.

구멍 앞에 서면 말이 줄어든다. 찌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순간, 표정이 먼저 달라진다. 아이들은 잡아 올린 산천어를 두 손에 들고 소리부터 내고, 어른들은 손끝에 남은 당김을 확인하듯 자세를 고쳐 앉는다. 생각보다 쉽게 잡혀서 대부분 2~3마리씩 손에 쥔다. 얼음은 단단하고, 입질은 짧고, 환호는 크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는 ‘낚시’는 겨울 한가운데서 건져 올리는 작은 ‘승리’처럼 느껴진다.

입질을 기다리며 쌓아 올리던 정적 위로, ‘달리는’ 겨울이 지나간다. 느림과 빠름이 같은 강 위에서 겹쳐지는 장면이다. 얼음 구멍 앞의 고요와, 하늘줄을 타고 미끄러지는 속도가 한 프레임 안에서 맞물린다. 그 대비가 산천어축제의 온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산천어 맨손잡기; 얼음을 가르는 온기, 맨손으로 마주한 겨울

겨울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 화천의 진정한 백미는 결국 차가운 물속에 몸을 던지는 맨손잡기에 있다. 가벼운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마주하는 겨울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질감으로 다가온다. 얼음장 같은 물속을 가로지르는 산천어의 은빛 궤적을 쫓다 보면, 계절은 더 이상 피해야 할 시련이 아니라 온몸으로 껴안아야 할 생동감이 된다.

물가에 서서 머뭇거리던 찰나의 망설임은 발등을 적시는 서늘함과 함께 이내 흩어진다. 기꺼이 그 차가움 속으로 발을 내디딘 이들의 얼굴 위에는, 역설적이게도 겨울날의 햇살보다 더 환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것은 추위를 이겨낸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승전보 같은 환희다.

물론 이 겨울의 의식에는 사려 깊은 준비가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냉기에 몸이 놀라지 않도록, 심장에서 가장 먼 곳부터 천천히 물을 적시며 적응해가는 시간은 마치 계절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과도 같다. 충분한 준비운동으로 몸을 깨우고 조심스레 다가설 때, 겨울은 비로소 자신의 속살을 내어준다.

한바탕 소란스러운 추격전이 끝나고 나면, 족욕장의 따스함이 기다리고 있다. 얼어붙은 감각을 깨우는 물의 냉기, 그 뒤를 잇는 뜨거운 함성, 그리고 다시 온기 속으로 돌아오는 회복의 시간들. 차가움과 뜨거움이 교차하는 그 짧은 여정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겨울의 한복판을 건너고 있음을 실감한다.

눈·얼음 체험존: 썰매부터 봅슬레이까지

낚시와 맨손잡기 사이, 혹은 그 이후에도 겨울은 계속 움직인다. 눈·얼음 체험존은 몸의 속도를 바꿔주는 구간이다. 얼음썰매 체험존에서는 전통 얼음썰매와 가족형 얼음썰매를 탈 수 있다. 손에 쥔 막대는 방향을 잡는 키가 되고, 얼음 위의 짧은 미끄러짐은 금세 한 장의 기억이 된다.

아이스 봅슬레이는 회오리 형태의 튜브관을 타고 내려오며 속도를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출발점에서 잠깐 숨을 고른 뒤, 몸은 곧바로 ‘미끄러짐’의 언어를 배운다. 겨울 스포츠 존에서는 얼음축구와 컬링이 마련되고, 피겨 스케이트 체험도 가능하다. 낚시가 ‘기다림’이라면 이 구역은 ‘움직임’이다.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추위는 체감에서 한 걸음 물러난다.

100m 슬로프 눈썰매장: 온 가족이 즐기는 짜릿한 질주

다음은 눈썰매장이다. 튜브썰매로 총연장 100m 슬로프와 얼음판을 달리는 구간이 준비되어 있다. 튜브가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동안, 균형은 잠깐 흐트러지고 다시 잡히기를 반복한다. 내려온 뒤에는 마음은 한 겹 가벼워지고, 겨울은 ‘춥다’보다 ‘빠르다’에 가까워진다.

개막은 이틀 남았다. 준비는 단단하게, 계획은 가볍게 가져가면 된다. 핫팩과 장갑만 챙겨도 하루의 체온이 달라진다. 1월 10일, 화천의 얼음이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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