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에 태어났다는 건,
세상이 아직 손으로 만져지는 속도로 움직이던 시절에 첫 숨을 쉬었다는 뜻이다.
연탄불의 온도, 골목의 발소리, 저녁밥 냄새가 골목에 번지던 시간.
풍족하지 않더라도, 부족함이 절망으로 번역되진 않았다.
사람이 사람을 메우던 시대, 삶은 아날로그였다.
느리지만 단단했다.
중학교에 닿을 무렵, 속도가 달라졌다.
흑백 화면이 컬러로 바뀌고, 라디오와 카세트테이프가 집 안의 공기를 바꿨다.
교복과 두발 규정, 체벌과 암기.
단단한 틀 속에서도 ‘새로움’은 스며들었고, 우리는 ‘세대’라는 말을 배웠다.
아직 어린데도 사회는 자꾸만 어른의 얼굴을 미리 씌우려 했다.
스무 살을 지나며, 공기는 더 거칠고 뜨거워졌다.
거리와 뉴스, 사람들의 목소리 속에 ‘시대’가 실제로 서 있었다.
누군가는 대학으로, 누군가는 더 이른 책임으로 흩어졌다.
성인은 축하라기보다 통과 의례에 가까웠다.
버티는 법을 배우는 것이 먼저였고, 말보다 행동이 먼저였다.
1997년, IMF라는 세 글자.
서른 즈음, 막 삶을 펼쳐보려던 나이에 닥친 급정거였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문장이 처음으로 힘을 잃었다.
성실이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같은 계절에 배웠다.
우리는 꿈을 접기보다 ‘미루는’ 사람이 되었다.
원하는 것보다 가능한 것을 먼저 고르는 법,
마음보다 통장과 일정표를 먼저 확인하는 법.
가족을 지키기 위해, 대출의 날짜를 지키기 위해, 내 자리를 버티기 위해
삶은 ‘선택’보다 ‘유지’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66년생은 빠르게 어른이 되었다.
도망칠 틈도, 투정 부릴 여유도 없이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을 가장 먼저 꺼내는 사람이 되어 갔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세상은 또 한 번 형태를 바꿨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길목에 들어섰다.
공중전화는 휴대전화로, 팩스는 이메일로, 수첩은 엑셀로, 필름은 디지털로.
모든게 낯설었다.
하지만 우리는 배웠다. 누가 손잡아 주지 않아도
메뉴를 눌러보고, 오류를 겪고, 다시 저장하며
새 규칙을 몸에 붙였다.
우리 아이들은 처음부터 디지털을 쥐고 태어났지만,
우리는 두 세계를 모두 지나온 사람으로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늘 한 박자 더 부지런해야 했다.
일은 삶의 중심이 되었고 책임은 늘어났다.
누군가는 조직의 허리가 되었고, 누군가는 명함을 다시 파서 ‘두 번째 삶’을 시작했다.
위에서는 압박이 내려오고, 아래에서는 기대가 올라오는 자리.
중간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능력처럼 여겨지던 시간이었다.
어느새 40대.
몸은 예전 같지 않고, 마음은 더 쉽게 지친다.
부모의 기침이 길어지고, 약 봉투가 늘어난다.
병원 대기실의 공기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생긴다.
아이는 자라 자기 세계로 멀어지고,
나는 그 사이 어디쯤에서 하루를 조용히 정리한다.
아직 무너지진 않았지만 “완전히 괜찮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나이.
삶은 계속 앞으로 가는데, 내 안의 체력과 감정은 자꾸 계산서를 내민다.
지금, 세상은 AI라는 다음 속도로 넘어왔다.
검색창에 단어를 넣던 습관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문서를 정리하고, 사진을 다듬고, 일의 흐름과 창작의 과정까지
AI가 곁에서 조용히 속도를 올린다.
처음에는 낯설다.
기계가 문장을 만들고, 기계가 제안하는 세계.
하지만 66년생은 안다.
우리는 이미 여러 번의 ‘새로움’을 통과해 왔다.
카세트를 돌려 듣던 손으로,
휴대폰의 버튼을 익히고,
스마트폰의 화면을 배우고,
이제는 AI도 결국 ‘도구’로 길들여 써야 한다는 쪽을 택한다.
기술이 삶을 대신 살 수는 없고,
삶은 끝내 사람이 감당해야 한다는 걸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66년생은 불평을 크게 하지 않는다.
해봤자 달라질 게 없다는 걸 너무 일찍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조용히 견디고, 묵묵히 해낸다.
아날로그의 정서로 버티고, 디지털의 규칙을 익혀 따라가며,
이제는 AI의 속도를 내 삶에 맞게 조절해 살아간다.
요란하지 않게, 그러나 분명히.
문득 서랍 속에서 빛바랜 사진 한 장을 꺼내 들면,
사진 속 얼굴들은 대개 웃고 있다.
그 웃음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시대를 몇 번이나 갈아타며 끝내 살아낸 사람의 표정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디지털에서 AI로.
세상이 몇 번을 바뀌어도
자기 삶을 놓지 않고 걸어온 사람들.
그게 66년생이다.
